마지막 3층에 있는 백남준의 작품은 이번 전시회의 메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장소이다.
[사랑은 10,000 마일]
붉은 조명은 10,000마일의 사랑이 타오르는 듯한 열정을 보여주고 스크린에 써져있는 "애정만리"라는 단어는 마치 영화포스터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릴때부터 타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한 그에게 10,000마일은 어쩌면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끄러미 작품을 바라보던 나는 붉은빛을 지나 푸른빛이 빛나는 작품 앞에 천천히 다가섰다.
이번에는 은하계의 토성이 TV속에 들어가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빤히 작품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집에 가져가서 무드등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방을 어둡게 해 놓고 토성이 빛나는 이 작품을 켜놓으면
멀리 우주에 있는 토성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문득했지만 이내 도슨트 K는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빈백(Bean bag)이 있는 [안심낙관]이라는 작품 앞으로 나를 이끌었다.
전시관의 끝에는 두개의 벽이 꼭짓점을 만들면서 안심낙관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져 있다.
한 면에는 부처가 앉은듯한 형상을 한 캐릭터가 글자의 곳곳에 들어가 있다.
그 반대편에는 미디어가 하나하나 모여 안심낙관이라는 글자 속에 들어가 빛이 나고 있다.
그 미디어 속에는 한국의 전통 춤과 이해 못 할 영상이 틀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백남준이 나이가 들어 뇌졸중으로 쓰러져 입원을 했을 당시 의사가 그에게 한말이다.
그는 안심, 낙관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됐나 보다, 사람은 무언가에 집중하기 위해 그것에 몰두할 방법을 찾는다.
나는 백남준이 의사에 조언에 따라 안심, 낙관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심, 낙관 속에 그에게 안심과 낙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그림과 미디어로 채워놓았다고 생각한다.
당연 3층에서 봤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빈백에 앉아서 내가 만약 백남준이라는 작가라면 이라는 생각에 빠진다.
만약 내가 그처럼 아프다면 그처럼 몰두할 수 있는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동시에 나는 편안한 빈백에 앉아 다리가 서서히 괜찮아지는 것을 느꼈다.
긴 여운을 남기고 이제는 전시관을 출구를 향해서 나아갈 무렵 출구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로봇과 마주한다.
사실 나는 SF소설, 영화를 좋아하는데 어느 SF 영화에 나와도 손색이 없는 로봇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거기다가 몸은 로봇이지만 마법사의 모자까지.. 이런 부조화는 어쩔 땐 부조화들의 융화라고 나는 표현하고 싶다.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고 그만의 특색을 가지게끔하는 강점이 된다.
출구로 바로 나가려고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사진 한 장 찍고 전시관을 나왔다.
전시관 옆에는 백남준 작가를 기리며 큰 방에서 영상이 틀어지는데 그것도 볼만하니 시간이 있는 사람은 꼭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 아쉽게도 나는 영상이나 사진은 따로 찍지 못했다.
이렇게 도슨트 K의 도움을 받아 백남준 작가의 전시회를 한번 둘러봤다.
백남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고 나 스스로도 작품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나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광주에 계속해서 이런 좋은 퀄리티와 많은 공연, 전시회가 있었으며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광주미디어아트 플랫폼(G.map)에 감사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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