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달력은 새로운 챕터로 넘어갔지만 부스스 일어나 가만히 침대에서 보내는 주말의 아침은 여느 2023년의 주말과 다를 게 없다.
새해라고 해서 새로운 일이 생길거라는 나의 높은 기대감과는 달리 변한 건 하나 없고
차갑게 부는 겨울 바람을 핑계 삼아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이불속으로 내 몸을 있는 힘껏 끼워 넣었다.
이불속에서의 탐험은 조금씩 시간을 갈아먹었고 도파민을 추구하던 나의 뇌는 결국엔 새해 목표를 정리해 놓은 노션리스트를 꺼내어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리스트 중 나의 뇌의 도파민을 솟구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미술관, 전시회 가기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과 함께 침대 위에 있던 꼬질꼬질한 나를 밀어 두고 미술관에 갈 때는 예쁘게 입고 가야지라는 생각의 틀에 맞춰 나의 모습을 하나 둘 성형해 나갔다.
베이지 색 면바지와 검은색 니트 그리고 긴 롱코트를 입은 나는 준비가 완료됐다는 향수와 함께 차를 몰고 광주 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 도착한 나는 미술관에서 멀찌감치 차를 대고 차분하게 미술관을 향해서 걸어 나갔다.
새해 첫 주말이고 미술관이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붐빌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보다는 오히려 추위에 나오는 입김이 나의 시야를 더욱 많이 가렸다.
광주 시립 미술관에서는 1층에서는 [생태미술프로젝트] 특별전이 전시되고 있었고 2층은 [수집_호남의 기억과 시간]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1층은 쳐다도 보지 않고 바로 팸플릿을 찾아들고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하자마자 들뜬 마음을 가지고 전시된 그림들을 보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집안의 거실을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직원들과 외부에서 온 손님, 나 하나뿐이었다.
손님이 나 한 명이어서 그런지 공간은 나에게 넓게만 느껴졌고 그 공간들은 오히려 그림자와 빛 그리고 벽에 걸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들도 채워졌다.
2층의 모든 그림을 천천히 보는데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했다.
넉넉하게 한 그림을 음미하기도 하고 내 취향이 아니다 생각되는 그림이면 과감히 지나쳐 버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의 기호에 맞춰서 볼 수 있어서 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미술관에 오면 항상 생각한다
'다음에 또 와야지'
하지만 또 잘 알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것을..
그렇게 간지러운 여운을 남기고 전시관의 출구를 나와서 1층으로 향했다.
...
그래 언제 또 오냐 저것도 봐보자
[--다음 편은 생태미술 프로젝트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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