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삶을 지내다 보면 분명히 일상생활의 챗바퀴에서 나와야겠다는 신호가 내 머릿속에 울리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공연이나 전시회를 찾아서 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광주에서 전시되고 있는
구본창 사진작가의 사물의 초상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구본창 작가는 한국의 현대 사진예술가로서 미술부문 표창을 수여받을 뿐만 아니라 보그잡지에도
그의 사진이 실릴 만큼 그의 활동 스펙트럼이 넓은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아시아 문화전당에서 하는 사물의 초상 전시회를 갔는데 우연히 작가님이 직접 방문하셔서
작품을 설명을 해주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고 아직도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이 크게 느껴지네요)
주소 : 광주 아시아 문화전당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기간 : 2024.11.22 ~ 2025.03.30
관람요금 : 무료
자신의 여러 사진작품을 설명해 주시면서 이번에는 빨간색이 흥건히 뭍은 컵 앞에 차분히 스셨습니다.
그리고는 설명을 듣던 사람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이 컵 안에 든 빨간색 물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가님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사람들은 순간 멈칫하지만 그중 맨 앞자리에 서있던 사람이 말했다
"광주에 전시를 하셨으니 항쟁을 뜻하니 피 아닌가요?"
구본창 작가님은 흐뭇한 웃음과 함께 그 남자분을 바라보고
"그런 의미도 있을 수 있겠네요"라고 하며 이 작품을 설명하셨다.
이 컵 안의 빨간색의 정체는 사실 빨간색 색연필을 갈아서 표현한 작품이다.
어느 카페에서 어떤 사람이 빨간색 색연필을 컵 안에 부숴넣는것을 보고 구본창 작가는 그 컵을 사겠다고 하며 샀습니다.
작가님은 또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이 컵은 단순히 빨간색 색연필이 들어있는 컵이었지만 그 순간 나에게는 이 컵이 아름답게 보이는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에 아무것도 아닌 물체이지만 그 물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물체는 생명을 얻고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느꼈던 감정은 먼저 정말 사진작가스러운 답변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사진은 나와 상대가 같이 보고 있는 장면을 찍어내는 것이다.
나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나치기 마련인지라
의미가 생명을 준다는 말이 결코 흘러가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구본창 작가님은 나머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주고 따뜻한 웃음과 함께 다시 바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느 정도 다 봤다고 생각했던 그의 작품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봐야겠다고 하고
1시간 정도는 다시 둘러보고 나서야 전시회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정말 의미가 깊은 전시를 다녀온 기회였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탈출하려고 했던 작은 신호가 저를 구본창 사진작가님과 직접 만나고 그의 작품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큰 영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본 것처럼 아름다운 빛과 함께 전시된 사진들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작품의 위치에 따라서 웅장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전시회여서
광주에 방문하거나 아직 광주에서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회를 안 가보셨다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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