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하늘과 땅 식료품점 : 친절, 사랑, 원칙 그것이 세상을 움직인다.

제목 : 하늘과 땅 식료품점
저자 : 제임스 맥브라이드
2000년대부터 뚜렷하게 대두된 단어를 하나 뽑는다고 하면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현재 2025년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세계화를 통한 문화 융합이라는 밝은 면을 보여주는 반면 융합 속에서 발생하는 인종, 종교, 성, 나라 간의 갈등이 전쟁과 암묵적인 차별, 젠더갈등 등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930년대 '다양성'이라는 단어보다는 인종 간의 차별이 당연시되어 백인과 흑인 간의 차별을 제도화한 짐 크로우법이 진행되고 있던 미국의 서민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번에 소개하는 [하늘과 땅 식료품점] 책의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1930년대 미국사회 속에서
다양한 인종, 국적 그리고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지고 살아온 인물들을 보여주며
그들을 통해 서로 각기 다른 삶의 방식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그 당시의 상황을 살아가는지 말해준다.
책은 1920년대 펜실베니아 치킨힐이라는 마을에서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초나와 모셰라는 인물로부터 시작한다.
소아마비를 앓다가 한 쪽다리를 절게 된 초나는 치킨힐에서 유일한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편견 없이 마을사람을 대하고
그의 남편 모셰는 유럽에서 넘어온 유대인으로 치킨힐에서 나름 큰 음악극장을 운영하지만 그도 다른 유색인종들과 같이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리고 모셰와 함께 일하는 네이트라는 인물과 그의 아이 토토라는 인물을 통해 치킨힐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치킨힐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초나, 모셰, 네이트, 토토를 도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지금의 세대에게 또는 미래의 세대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보일 때가 있다.
이 책의 초반부에 말라가라는 인물이 치킨힐의 빵집을 인수하지만 형편없는 제빵솜씨를 보여주며 모셰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모셰는 일꾼들을 써보라는 제안을 말라가에게 하고 그 순간 말라가는
"그들이 코셔를 지킵니까"
하고 질문을 하게 된다. 모셰는 질문을 듣고 당황하지 않고 말한다
"코셔 빵집이라고 해서 코셔 제빵사가 필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던 말라가는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이곳 미국에서의 방식은 온통 섞어버리는 것이지만,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건 현명하지 않아요"
*코셔 : 유대교 율법에 따라 섭취할 수 있는 음식
우리는 다양성이라는 삶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모든 방식을 섞어 갈 수 있지만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성 (나는 목적과 목표라고도 말하고 싶다)을 잃어버리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인상적인 장면은 모셰의 사촌 이삭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대인들에게 뇌물을 주며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그 유대인들은 초나와 모셰에게 받은 '친절'과 '사랑' 그리고 그들이 소중히 하는 '원칙'을 말하면서 이삭을 도와준다.
그런 유대인들을 보며 사촌 이삭인 생각에 빠진다.
모셰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었다. 그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친절했다. 자신의 마지막 남은 빵 부스러기도 나눠주었다.
그리고 이곳 미국에서 그는 똑같은 여자와 결혼했다.
친절, 사랑, 원칙, 그것이 세상을 움직인다.
작가는 무한한 경쟁과 갈등 속에서 잊혀가고 있던 단어를 지금보다 편견과 차별이 심했던 1920년대, 30년대 미국의 시대상황 속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물질주의, 성과주의, 엘리트주의.. 경쟁사회에 빠져 살아가며 생존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차별과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주위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가치가 무엇일까?
과거 1930년대 시대상을 알아가며 편견과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한번 깊게 생각을 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